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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는 '강자' 아닌 '적자' 생존

강재규 | 기사입력 2009/03/03 [16:44]

새 시대는 '강자' 아닌 '적자' 생존

강재규 | 입력 : 2009/03/03 [16:44]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158세라는 짧지 않은 생애를 마감한 지난해 9월 13일, 타임지는 이날을 ‘하늘도 무너진다는 걸 깨달은 날’로 명명했다.
 
미국 부실 모기지론의 파장이 거대 금융기관을 뿌리째 뒤엎어버린 무시무시한 날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이후 벌어지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고도 고통스러운 나날로 이어지고 있다. 

1년 만에 나라 경제는 반 토막이 났다고 난리다. 사실상 백수가 380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80년 이후 최저치인 62.5%에 머무르고 있다는 통계이고 보면 지난 1년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출범시켜준 이명박 정부라고 하여 별 재간이 없어 보인다.
 
총 수출액은 마이너스 32.1%이며, 1월 한 달 동안 취업자 수가 10만 명이 급감하고 원화 가치는 지난 1년간 60%나 하락했는가 하면 올해 들어서만 마이너스 17% 하락률로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우울해지고 만다. 

또 환율은 1년 만에 570원이나 폭등하여 1500원대를 넘나들고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반 토막이 났다. 외화보유액은 26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600억 달러나 줄어들었다. 국민소득은 2만 달러에서 1만 3천 달러로 35% 하락했다는 사실에서는 욕설이 터져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듯, 위기라고 해서 반드시 탈출구가 없는 것은 아닐 거라고 보다.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격랑이 도리어 좋은 어장이 되고, 난세에 영웅이 나는 법. 우리에게도 그런 경험은 있다.
 
지난 1997년, 5천 년 역사에 초유의 대 경제 위기라고 벌벌 떨었던 외환위기 당시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급성장했던 산업은 얼마든지 있었다. 돈 있는 사람은 더 즐겼다는 이야기는 흔히 들었던 것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로, 혹은 틈새 마케팅으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예도 얼마든지 있다. 그 정도 되려면 단순한 유행(vogue)을 쫓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꿰는 지혜와 용기가 밑바탕이 되었을 성싶다.

불황의 골이 깊어져도 트렌드(trend)는 계속 흐르고, 새로운 고객 가치와 새로운 성장 시장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혹은 불황이 시장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향후 시장에서 강자 생존이 아닌 적자생존, 즉 ‘가장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말도 그런 의미에서다. 현재의 경제 위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갖춰가게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종래의 강자가 아닌 전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자가 새로운 강자가 되고 끝내 살아남으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시대를 잘못 만났다고 한탄할 필요도 없다. 늘 내가 맞는 때가 곧 새로운 시대일 뿐이다. 또한 새로운 시대에는 늘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 법이고, 새로운 문제에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문제에 적합한 새로운 해결책이자 지름길의 하나가 바로 ‘트렌드를 바로 읽는 것’이라는 얘기다. 미래를 만들어갈 변화의 출발점은 그 트렌드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호황기에는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있지만 불황기에는 상대적으로 소수에게만 문이 열리는 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남들이 읽지 못하는 트렌드를 남들보다 앞서서 읽는 사람이라면 진정한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자’가 될 가능성이 높음은 자명한 일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도 새 시대를 사는 지혜다. 날마다 ‘좁은 길’을 온전히 갈 수만 있다면 행운아요, 천복을 누릴 자다. 모두가 가는 길이 반드시 보편타당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desk@joeu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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