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잘못 알려진 사실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일까?물 부족 국가라는 오보, 관리 부족 국가였다2003년은 UN이 지정한 ‘세계 물 협력의 해’ 로서 국가들이 나서서 물에 관심을 가지고 물과 관련된 행사가 세계적으로 열렸던 해였다. 그 해, 우리나라의 신문에는 “목 타는 지구촌, 한국 이미 물 부족 국가”라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실렸었다. 이 기사에는 PAI라는 비영리 단체가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서 지정해두었다는 내용과 함께 UN이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 서열에 올린 것으로 언급되어 있다. 이는 여러 신문사에서 그대로 인용되면서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초등 교과 과정에 물 절약법이 실리고, 물 절약 캠페인이 벌어졌다. 각종 환경운동 단체들은 오늘까지도 물 부족에 대한 내용을 대대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 인구 행동 연구소 (PAI)는 인체의 생식 및 건강을 주로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로서 UN의 산하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 단체가 사용한 ‘물 스트레스 지수’라는 계산법이 1인당 사용 가능한 수자원에만 절대적으로 기준을 두고 실제 안전한 수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인구는 포함되지 않았기에,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수자원이 부족하더라도 1인당의 물 사용량이 적을 경우 물 부족이 발생하지 않으며 또한 아무리 물 자원 량이 풍부하더라도 국민이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경우 물 부족을 겪게 된다. 따라서 영국 ‘생태환경 및 수문학 센터’에서는 물 빈곤 지수는 1인당 사용 가능 수 자원량 (Resources) 외에도 해당 나라의 수자원 배분의 접근율 (Access), 이용량(use) 사회경제 요소(Capacity), 환경 (Environment)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계산해야 정확하다고 한다.
이 중 환경(Environment)을 보자면,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매년 1300mm로서 세계 평균 강수량 807mm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하계 기간에만 집중되는 강수량의 특성으로 여름에는 물이 범람하여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겨울에는 하천이나 강에서 물을 끌어 쓰다 보니 하천이 말라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집중적으로 넘쳐나거나 갑자기 부족해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은 생활 급수보다는 하천이나 강의 물 부족으로 인한 농업용수 부족의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독일 등의 나라와 같이 수운 및 수력 발전소로 끌어 쓸 만큼의 1년 내내 꾸준한 물 자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인구행동연구소(PAI)라는 사설 연구기관의 ‘water stress(물 압박)’이라는 개념은 물 부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물 관리 부족 즉, 수요관리 실패 등을 의미한다.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1인당 295L의 물을 사용한다. (2020년 기준)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물 사용지수가 많은 나라로 손꼽힌다. 1인당 물 사용량이 매년 급증하고 있기에 물 스트레스 지수 또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다음 그래프는 향후 물 부족 국가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OECD 2025년도 까지 물 스트레스 증가량 추이 >
지난 2006년 건설 교통부 (현 국토 교통부)는 UN 유엔이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지정하지 않았으며, 이는 오보임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2023년을 앞둔 지금까지도 PAI의 물 스트레스 지수와 함께 한국이 물 부족 국가라는 자료가 기사와 매체에 인용되고 있다. 한국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국가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물의 양보다 물을 관리하는 시스템 개선에 집중하여 수도 보급률이나 수질 개선율, 여름철 빗물 이용 효율을 반영하여 이를 높일 수 있는 정화, 물 재사용 시스템 및 인프라를 구축하는 쪽이 옳다고 본다.
이 사건은 언론이 대중들의 생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로서 사용된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잘못된 정보 전달은 편향된 시각과 불안감만 조성시킬 뿐, 확실한 방향 설정을 하여 해결책을 오히려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이란의 ‘메탄올이 코로나를 예방한다.’ 멕시코의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다.’ 등 오늘날까지도 이러한 잘못된 정보들이 많이 전달되고 있다. 정보 전달이 잘못되었다고 정정보도 되면 다행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선별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고 정확한 사실을 아는 것이 너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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