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진실 : 나쁜 소문에 더 끌린다]
1956년, 우리나라 역시 ‘미원’이라는 브랜드로 최초의 조미료를 출시해낸다. 대상그룹 고(故) 임대홍 회장은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를 대체할 국내 조미료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1955년 일본에서 ‘글루탐산’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1년이 지난 뒤, 임 회장은 부산에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를 세우게 된다. 그 후 미원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미원의 판매량은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1960년대에는 미원이 명절 최고의 선물이었을 만큼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1970년도에 이르러서는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게 된다. 1970년 10월 2일 네덜란드에서 개최한 ‘제9회 세계 식품 콘테스트’에서 미원은 1등으로 뽑혀 품질 우수성까지 증명해낸다. 1980년도에는 중앙연구소를 세워 조미료 R&D 투자를 늘려나갔고, 1982년에 ‘미원 쇠고기 맛나’를 출시하여 승승장구로 기세를 이어간다.
그러나 미원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1990년대, 럭키(현 LG생활건강)는 ‘맛그린’으로 조미료 제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미원을 저격해 ‘MSG 화학조미료’라는 논쟁의 불씨를 퍼트린다. 럭키가 ‘MSG 무첨가 마케팅’ 전략을 펼치니, MSG는 화학물질로 건강을 해친다는 인식이 유통가에 확산되고 만 것이다. 미원의 MSG는 럭키의 왜곡된 주장으로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낙인이 찍히게 되었고, 무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
MSG 유해성 논란은 2010년대에 들어서서 다시 공론화가 되었고 그제야 비로소 누명을 벗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SG를 두고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고 평가했고, 그 당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MSG는 무해하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다. 이후 2018년 1월이 되어서 식약처는 식품첨가물 분류에서 ‘화학적 합성첨가물’이라는 용어를 퇴출시켜 버린다.
최근 들어서는 MSG에 대한 긍정적인 기능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식품 영양 학자인 ‘스티븐 위덜리’ 박사는 적절한 MSG 섭취는 오히려 건강한 식습관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MSG는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감염으로 인한 위 손상을 개선해 주는 등 위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2017년 6월 국제 아미노산 과학 연구회에서 발표된 바 있다.
물론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MSG는 감칠맛을 내기 때문에 신선하지 않은 재료로 요리를 할지라도 맛에 옷을 입혀 소비자들의 눈을 가린다는 점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MSG의 감칠맛은 소금을 줄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람의 미각은 음식에 나트륨이 어느 정도는 들어가줘야 맛있다고 느끼는데, 이와 같이 각종 음식에 MSG를 첨가하면 뇌졸중, 심혈관질환, 고혈압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판단 전, 먼저 할 일은]
어떤 사실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듣는 사람들은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 지상파 M 방송국은 2009년도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팀과 함께 방청객을 대상으로 하나의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나쁜 소문은 좋은 소문보다 네 배나 빨리 퍼지고, 불안한 사람일수록 소문을 많이 듣고 더 많이 전파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터넷이라는 정보 바닷속에 살고 있다. 그 속에서 유익한 정보들도 많이 얻어왔지만 한편으로는 거짓되고 왜곡된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던 적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경험들로 분별력이 과거보단 좋아졌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마녀사냥은 나오고 있고, 한번 낙인이 찍히면 원상 회복이 어렵다.
우리는 더 이상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를 단순히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정보의 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면 한쪽의 편향된 주장만 듣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대되는 입장 역시 같이 보고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 잡힌 식단처럼 균형 잡힌 자세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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