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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문제의 본질은 관계성

부모-자녀 관계의 재구성

고원영 | 기사입력 2008/10/15 [00:00]

사랑문제의 본질은 관계성

부모-자녀 관계의 재구성

고원영 | 입력 : 2008/10/15 [00:00]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하나의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많은 시간과 정성이 요구된다. 인간이 불완전하게 태어나는 것은 그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며, 누구의 손에 맡겨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관계를 맺게 되며 처음 관계의 대상은 부모가 된다. 따라서 생애 초기 인간관계인 부모-자녀 관계는 모든 인간관계의 원형이 되며 이 관계가 잘못되면 훗날 맺어지는 여러 종류의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초래하게 된다.

관계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이다

심리사회학자 에릭슨은 인간의 발달단계에서 생의 초기에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이 기본신뢰/불신이라고 하였다. 인간이 가장 먼저 탐색하는 것은 상대방을 믿을 수 있는 것인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충족되어야 정서적 안정감을 가지고 성장발달을 이루게 된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불신감이 형성되면 결국 나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경계심 속에 세상에 대한 방어막을 쌓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행동을 규정짓는 힘이 있기 때문에 마음속에 이러한 걸림돌이 있는 아이는 밖에 걸림돌이 있지 않아도 제 마음의 돌에 걸려 넘어지게 된다. 심하면 정서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정서장애는 한마디로 마음의 상처입음으로 인해 야기된 마음의 병이라 할 수 있다. 몸에 병이 생기면 여러 증상으로 나타나듯 마음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의 몸이 생존해 나가기 위해서 본능적인 신체적 욕구가 있듯이 마음에도 생존본능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불안감이나 위협을 느끼면 무기를 갖추게 되고 싸울 태세를 취하게 되는데, 그것이 공격성이다.

결국 공격성은 생존본능인 것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입으면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스스로 처방하고자 하는 것이며, 다시는 상처입지 않기 위해 무장하거나 회피, 또는 방어행동을 하게 된다. 또는 배설본능처럼 스스로 카타르시스가 될 수 있는 대안책을 마련하게 되는데, 그것이 어디엔가 집착, 중독, 또는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상처를 입히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행동들이 바로 스스로 생존해 나가기 위한 ‘대처행동’이다

인간의 대처행동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얻기 위한 행동’과 ‘회피하기 위한 행동’이 그것이다. 얻기 위한 행동으로는 공격적 행동, 반항적 행동, 충동성, 산만함 등이 있으며, 회피하기 위한 행동으로는 마음닫기, 현실도피 등으로 나타난다. 소위 문제행동이라고 일컬어지는 여러 행동들은 결국 인간의 이러한 대처행동들이라 볼 수 있으니 스스로 살 길을 찾는 이들을 문제시하기에 앞서 이들의 상처가 무엇인지,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주어야 할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인간들마다 갖고 있는 무의식은 평소에는 의식 밑에 감춰져있으나 인간의 표면행동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제가 되는데, 이러한 무의식의 뿌리는 유아기에 있으며 그 중에서도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연관이 깊다. 이 시기에 받은 상처는 무의식 깊숙이 자리 잡게 되며, 이후의 친구관계나 사회생활,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생애초기의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그 이후의 관계성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은 의학처럼 예방과 치료의 기능을 가져야하며, 특히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마음속에 긍정적 정서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통 부모들은 자신이 자녀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 의심 없이 믿는다. 그러나 사랑의 핵심은 ‘얼마나 사랑해주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느낄 수 있게 해주었느냐’이다.

즉 사랑문제의 본질은 관계성에 있는 것이다. 서로간의 수수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사랑은 무의미하다. 내가 사랑을 준만큼 상대방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하며,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 배려심이 결여된 사랑은 집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발달수준과 개성에 맞는 필요와 욕구를 존중해 주어야 하며, 상황에 맞게 반응해 주어야 하고, 자녀가 성장 발달함에 따라 부모도 발달, 변화해 나가야 한다.

자녀가 어떤 문제행동을 보인다면 부모와의 관계성을 우선 살펴보라. 만일 그 관계형성이 원만하지 못했다면 다시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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