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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겊 엄마'와 '철사 엄마'

할로우의 실험, 스킨십의 중요성

고원영 | 기사입력 2009/03/20 [15:16]

'헝겊 엄마'와 '철사 엄마'

할로우의 실험, 스킨십의 중요성

고원영 | 입력 : 2009/03/20 [15:16]

엄마가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을 한 가지 꼽으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다정한 스킨십’이라 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 피부는 겉으로 드러난 '뇌'라고 말한다. 쓰다듬어주고 어루만져 주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일은 피부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사실은 두뇌발달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 박사(Harry Harlow)는 원숭이 실험을 통해 스킨십의 중요함을 일깨워준 바 있다. '헝겊 엄마와 철사 엄마'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사람과 비슷한 점이 많은 어린 원숭이를 데리고 실험을 했는데, 어린 원숭이를 우리 안에 넣고 인위적으로 두 종류의 엄마 모형을 만들어 넣어주었다. 가슴에 우유병을 달고 먹을 것을 주는 철사(인형) 엄마와, 먹을 것을 주지 않지만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 헝겊(인형) 엄마와 함께 한 우리 속에서 살게 했다. 

어린 원숭이는 과연 어느 쪽을 더 많이 찾아갔을까?

놀랍게도 어린 원숭이는 배가 고플 때에만 우유병을 단 철사 엄마를 찾아갔고, 그 나머지 대부분 시간을 부드러운 헝겊 엄마 품에 안겨 보냈다. 좀 더 성장한 후에는, 다리는 헝겊 엄마에게 걸치고 입만 철사 엄마의 우유병에 댄 상태로 먹었으며, 갑자기 공포스러운 상황에서도 헝겊 엄마에게로 도망가 진정이 될 때까지 꼭 붙어있었다. 

또 다른 실험에선 어린 원숭이를 우유병 달린 철사 엄마와만 살게 했는데, 이 원숭이는 갑작스럽게 공포 상황을 주자, 엄마에게 도망가지 않았으며 안절부절 우왕좌왕하다가 끝내는 이상행동까지 보였다. 

이번에는 새끼 원숭이의 우리에 신기한 물건을 넣어주었다. 자연 상태에서 친어미와 자란 새끼 원숭이들은 신기한 물건에 바로 달려들어 탐색하였지만 앞 실험에서처럼 부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란 새끼들은 새롭고 신기한 장난감을 주어도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나마 헝겊 엄마와 함께 산 새끼들은 불안해하며 한참 뜸을 들이다가 장난감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을 포함해서 대부분 동물들은 피부 접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행동을 좋아한다. 아이들 입에서 자주 나오는 소리도 가만 들어보면 안아달라는 말이 많다. 또 많은 어린아이들이 수건이나 보자기 등을 사용해 자신의 몸을 감싸는 놀이를 좋아하는 걸 볼 수 있으며, 어린 시절 사용했던 이불이나 천 인형을 나이가 들어서도 버리지 못하는 아이들도 매우 많다.

할로우 실험은 아이들이 엄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배고픔이나 갈증과 같은 생물학적 욕구가 아닌 접촉 위안(contact comfort) 때문임을 보여준다. 

학교 교사들은 부모-자녀 관계가 좋지 않은 아이가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많이 보듬어 주는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더불어 부모를 좋아하게 된다. 안정감 있는 아이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다. 그러나 안정감이 부족한 아이는 표정이 밝지 않으며, 낯선 상황에 쉽게 불안해하고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미처 누릴 틈이 없다.   

유아기에 정서적 안정감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안정감은 이후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갖출 수 있도록 든든하게 받쳐주는 반석과도 같다. 부드럽게, 따뜻하게 안아주는 엄마에게서 자란 아이는 매 순간 자신의 욕구나 긴장과 맞서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나는 안전하고 무사하다'라는 기분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특히 일생 중에 더 많이 안아주어야 하는 시기가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반항기이자 위기라고 불리는 시기가 더욱 그런 것이다. 그것은 3살 무렵, 7살 무렵, 사춘기 무렵, 중년기 무렵이라 할 수 있는데, 일생에서 이러한 시기를 겪을 때마다 따뜻한 포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중 3살과 7살 무렵은 정서적 안정감과 관련해서 부모가 특별히 더 안아주어야 할 때이기도 하다.

3살 무렵에는 “내가! 나는!”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한창 자아가 왕성히 발달하는 시기이며 뇌세포의 발달이 활발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에는 가능한 야단치지 말고 많이 안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언어적 포옹도 필요하다. “하지마, 안 돼.”라는 부정적인 어휘를 가급적 사용하지 말고 아이의 행동을 보듬어주는 긍정적 표현이 필요하다. 이 시기에 신체적, 언어적 포옹을 많이 받은 아이는 밝고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게 된다. 

일곱 살 무렵이 되면, 흔히 ‘미운 일곱 살’이라고 할 정도로 부모의 통제가 유난히 어려운 시기가 된다.

아이는 자신의 인생에 부딪혀오는 커다란 변화 앞에서 내심 불안하다. 본격적인 사회화가 시작되는 시기이며, 갑자기 규칙도 많아지게 되면서 아이는 집단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이토록 불안한 시기에 아이를 많이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것은 매우 필요한 부모의 역할이다. 

많이, 그리고 따뜻하게 안아주자! 
 


고원영 | 유아교육 전공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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